운명에 순응하는 삼룡이 줄거리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빈민굴 청엽정은 십사오 년 전만 해도 좀 있는 사람들이 사는 연화봉이었다. 그중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집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오생원이었다. 몹시 부지런한 중년 늙은이로 시계처럼 움직였다. 인심이 후하고 존경받는 양반이다. 성격이 어찌나 서글서글하던지 결단력이 없다.
그 집에는 벙어리 하인 삼룡이 있다. 못생기고 키가 작다. 외모는 비록 못났지만 진실하고 충성스럽고 부지런하고 조심성 많은 듬직한 성격이다. 집주인은 그런 삼룡이를 아낀다.
오생원에게는 삼대독자 아들이 있었는데 17살이지만 14살도 안되어 보이고, 버릇없고, 어리광 부리고, 욕하고, 철이 없다. 아내는 오생원이 아들을 예의없이 키웠다고 야단법석이다. 아들은 삼룡을 함부로 대한다. 낮잠 자는 삼룡 입에 똥 넣기, 손가락 발가락에 불 지르기, 팔다리 묶어놓기. 그래도 삼룡은 아들에게 충성을 다했다. 아들의 괴롭힘에도 삼룡은 아들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였다. 눈물 따윈 흘리지 않는다.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삼룡에게 사랑, 자유, 권리가 없다고 믿었다.
그해 가을 아들은 장가를 갔다. 오생원은 자신의 얕은 지식이 한탄스러워 문벌 높은 집이지만 기울어버린 가문의 딸을 돈주고 사 오다시피 데려왔다. 신부는 19살로 배움과 예의가 몸에 배었고, 인물과 행동에 구김이 없었다. 신부는 아들에 비하면 두루미 대 까마귀였다.
동네사람들은 신부에 보더니 질 떨어진 아들을 흉본다. 이럴 때마다 아들은 새색시가 미웠다. 아내는 사랑하는 존재가 아닌 비교대상이었다. 아들은 색시에게 폭행을 가한다. 삼룡은 선녀같은 새색시를 때리는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삼룡의 마음은 아씨를 동정하는 마음과 아씨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어느 날, 어린 주인이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었다. 삼룡은 어린 주인을 업어 집으로 데려왔다. 새아씨는 고마운 마음에 비단 헝겊조각으로 만든 부시쌈지를 하나 준다. 이 모습을 본 어린 주인은 아내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 삼룡은 어린 주인을 밀쳐내고 새아씨를 업어 오생원에게 데려가 손짓몸짓하며 하소연을 했다. 다음날 삼룡은 어린 주인에게 피나게 맞았다.
삼룡은 안채 출입이 금지되었다. 아씨가 더 궁금하고 보고싶었다. 그 사건 뒤로 어린 주인은 아씨를 의심하며 약을 사와 죽이려 들었다. 어린 주인한테 시달리던 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기다란 명주 천을 들었지만 삼룡이 발견하고 막는다. 어린 주인에게는 이런 모습까지 불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삼룡은 피를 토할 정도로 맞고 쫓겨난다.
삼룡은 비로서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쏟았던 정성과 희생은 어린 주인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믿고 바라던 모든 것이 원수가 되었다. 삼룡은 그날 밤 오생원 집에 불을 지른다. 그는 오생원을 먼저 구하고 다시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 몸에 불이 붙어 타올랐다. 삼룡은 아픔도 잊은 채 아씨를 찾아다녔다. 아씨는 타 죽으려는 듯 이불을 쓰고 누워있었다.
삼룡은 아씨를 안았다. 불이 번져 나갈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지붕으로 올라갔다. 삼룡은 아씨를 품에 안았을 때 처음으로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 즐거움, 자유였다. 그는 새 아씨의 무릎에 누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불과 함께 사라졌다.
독후감 - 작품이해하기
공간적 배경인 연화봉은 지금의 서울시 종로구 청파동으로 남대문 근처를 말한다. 많은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면서 그곳은 빈민굴이 되었다. 삼룡은 가난과 당당하지 못한 자신의 외모에 열등감이 많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배층과 착취와 학대에 길들여 있었다. 그래서 폭행을 당하면서도 저항 한번 못하고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오생원의 집은 삼룡의 전부였고, 삶의 공간이었다. 자신의 굴레를 깨고 나올 자신감과 용기가 없었다.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오생원집으로 시집 온 새아씨 또한 삼룡과 비슷한 운명이었다. 조선후기, 가문의 체면 때문에 동냥질도 못하고 죽어가는 양반이 많았다. 아씨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삶이 막막했던 어머니는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딸을 오생원집으로 시집보낸다. 팔려오다시피 한 아씨는 폭행을 당해도 오생원집을 나올 수 없었다. 양반집 안여자로서 지켜야 하는 법도 때문에 뛰쳐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삼룡은 아씨는 무시와 학대를 견뎌내며 사는 삶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삼룡은 아씨를 향한 동정과 관심을 키운 것이다. 삼룡은 어린 주인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 비천한 운명, 분노를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자신을 누르던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다. 아씨를 불구덩이에서 구해냄으로써 참고 있었던 사랑을 느끼며 진정한 사람이 됨을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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