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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원미동 사람들-지하 생활자 줄거리 요약 독후감

by 책보는좀비 2024. 6. 22.

집과 직장이 지하에 있는 노동자 그는 이름이 없다. 원미동 사람들을 보면 지물포 주 씨, 행복사진관 엄 씨, 부동산 박 씨처럼 이름이 있지만 그는 없다. 그는 원미동에 살지만 원미동을 잠깐 거쳐가는 사람일 뿐이다. 원미동은 서울 주변에 있는 소도시 부천시에 위치한 동네이다. 경제력에서 밀린 사람들이 사는 동네 원미동.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보면 주인공들을 그, 그녀로 소개하는 단편 소설들이 있다. 주요 인물에도 들지 못하는 그와 그녀는 외롭고 소외받은 사람들 같다.  

열 번째 이야기 [지하생활자] 줄거리 - 반지하 노동자 이야기

그는 화장실이 없는 지하방에 세 들어 산다. 심지어 하수구 시설조차 없이 수도꼭지만 있는 창고였던 방이다. 방안에 들어서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한다. 지하방의 주인은 무궁화 연립주택 102호 여자다. 연립주택의 일층은 지하실이 배당되어 있다. 대부분 창고로 사용하지만 돈이 필요한 집주인들은 잠만 자고 다니는 공원들에게 세를 주기도 한다. 문제는 화장실이다. 주인집의 화장실을 같이 써야 하기 때문에 꼭 돈이 필요한 집 아니고는 보통 세주는 일이 없다.

 

102호 여자는 젊은 옷차림에 손톱에 선홍색을 칠하고.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산다. 그는 주인집 화장실을 사용 못한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연립주택 앞에 주차된 초콜릿 빛 자가용 뒤에 숨어 큰일을 본다.

 

그는 원미동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한다. 공장도 지하실에 있다. 원래 슈퍼마켓의 창고로 쓰던 곳인데 장사가 안되니 세를 준 것이다. 문제는 여기도 화장실이다. 하나뿐인 화장실이 하필 슈퍼 계산대 앞에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위험할 정도로 가파르다. 공기는 썩어있다. 이곳은 투명 비닐원단에 자동차 로그를 찍어 자동차 바닥 커버를 제작하는 곳이다. 박군은 원단을, 나 씨와 그는 재단을, 문기사와 배기사는 고주파기(로그 찍어내는 금형기계), 오토바이 정 씨는 배달을 담당한다.

 

주문이 폭주한다. 자동차 엑셀, 르망, 포니의 바닥 커버 주문전화가 끊임없이 울려댄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정군이 보너스를 올려달라고 직원들을 선동질한 것이다. 정 씨는 전에 여기서 일하던 윤 씨가 차린 공장에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며 여기 아니면 일 못하냐는 식으로 직원들을 꼬드긴 것이다.

 

직원들이 나가고 사장이 들어와 기계를 움직인다. 사장 역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그러니 공장이 화장실도 없고, 창문도 없고, 환기구도 하나밖에 없는 지하실에 자리 잡은 것이다. 하루를 놀고 뒤늦게 들어온 문 씨가 정황을 설명한다. 오토바이 정 씨가 그동안 빼돌린 물건이 들통나니깐 괜히 윤 씨를 거들먹거리며 직원들을 선동질한 것이었다. 윤 씨를 만나 확인한 것이다. 사장은 다시 모인 직원들에게 월급봉투와 약간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하자며 헤어진다. 좋게 해결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주인집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거세게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이른 아침,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토록 열리지 않던 102호의 유리창이 모두 박살 났다. 102호를 들락거리는 남자의 아내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102호가 왜 그리 문을 열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화장실 사용을 거부했던 102호의 폐허 같은 모습을 보니 허망했다. 그토록 열려고 노력했던 집이 저런 모습이었구나! 노동층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