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대의 강압에 못 이겨 시험지를 바꿔준 것은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너희들은 부당함과 비굴함을 느끼고도 참아왔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할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1960년대 말 한병태는 공무원이었다가 바람을 맞은 아버지를 따라 작은 읍 Y국민학교로 전학 온다. 외관은 낡고 볼품없었으며 학급 분위기 역시 형편없었다. 60명이 모인 교실에는 질서와 존중이 없었다. 그곳은 절대 권력자 급장(반장) 엄석대가 모든 것을 통솔하며 반을 장악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병태와 석대는 기싸움을 벌인다. 병태는 반아이들 모두 석대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이상했다. 석대는 병태의 성적과 수상 경력을 조사한다. 병태는 오기를 부려 석대에게 복종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5학년 담임 선생님은 모든 일을 석대에게 위임했다. 석대는 선생님의 신임을 얻어 권력을 얻은 것이다. 또한 석대는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영악한 사람이었다.
병태는 석대의 횡포(부당한 대우, 왕따몰이, 갈취)를 담임 선생님께 알림으로써 석대의 억압과 횡포에 맞서려고 하지만 반 아이들은 모두 석대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있었다. 그 누구도 석대의 횡포를 고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태의 사소한 실수를 일러바쳤다. 선생님은 공정하지 못했고 오히려 석대 편이었다. 그 뒤로 병태는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한다.
청소 결과 또한 석대의 확인을 받아야 했다. 석대는 일부러 트집을 잡으며 몇번이고 청소를 다시 시켰다. 석대의 고의적인 계획 아래 병태는 유리창 청소를 네 번 이상 하게 된다. 반복되는 유리창 닦기에 병태는 스스로 저항을 포기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석대는 병태를 굴복을 받아들이고 자기편으로 인정한다.
병태는 이인자가 되어 석대의 특혜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편하게 보내게 된다. 병태는 석대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석대 대신 시험 답안지를 작성해 준 것이다. 그래서 석대는 매번 전교에서 일등을 할 수 있었다. 병태는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께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한다.
석대는 병태의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채고, 반아이들과 병태를 데리고 소풍을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석대는 병태를 진정한 이인자로 인정하며 특권을 맛보게 해준다. 병태는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 석대의 권력을 인정하고 비리를 고발하지 않는다.
6학년이 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부임한다. 담임선생님은 성적은 좋지만 수업시간에 문제를 풀지 못하는 석대를 의심한다. 시험 후 답안지에 본 이름이 지워지고 석대 이름으로 다씨 써진 흔적을 보고 선생님은 분노하며 석대에게 매질을 한다. 석대는 자수를 하고, 석대의 비리 성적을 도왔던 6명의 학생 또한 매를 맞는다. 선생님의 지도 아래 반 아이들은 급장을 다시 뽑는다. 결과가 발표될 무렵 석대는 교실을 뛰쳐나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석대는 골목에서 기다리며 하교하는 아이들에게 복수한다. 이 사실을 안 담임선생님은 당하고만 있는 아이들을 다그치며 맞서라고 가르친다. 결국 아이들은 석대에게 저항하게 되고 석대는 마을을 떠나 재가한 어머니한테 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병태는 우연히 엄석대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광경을 목격하며 소설은 끝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자유가 억압되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했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교실을 통해 대신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골 국민학교의 한 교실은 비민주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이며,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는 독재자의 모습이다. 또한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거기에 빌붙는 아이들의 모습은 당시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고, 석대의 횡포에 저항하지만 결국 순응하고 마는 병태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 온 선생님은 석대의 권력을 무너뜨리지만 새로운 독재 권력의 모습을 나타난다.
존경 받는 진정한 영웅이 아닌 일그러진 영웅을 보여줌으로써 비민주적 독재 사회의 폐해와 소시민들의 저항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였다.